​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 학생자치시설 조성사업

위치 _ 서울시 관악구 당곡고등학교

설계내역 _ 동아리실 및 특별실 개선사업

담당 PM _ 하경훈​

사진 _ 노경

일상의 공간, 모두의 마당

 

고교를 졸업한지 까마득해진 우리는 학교를 대게 닭장, 혹은 자습실로 기억하고 있다.

이전 세대는 더 심하고, 선생님이라 호칭하는 세대의 학교는 더더욱 심했다. 빠듯한 시간을 갈아넣어 대학교로 진학시키는데 열중했던 교육 방향이 낳은 학교공간은 낡고 어두컴컴한 물리적 쇄퇴를 넘어 변화하고 있는 학생들의 사고체계와 학습패턴을 수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과 학교공간이 변화하는 속도보다 학생들의 인지와 사고가 변화하는 속도가 훨씬 빠른 탓에 학교 공간은 미쳐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주도하고 있는 '꿈을담은교실' 사업은 너무나 유명하고, 많이 알려져 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적은 예산에도 분투하며 본인들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학교 공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자라날 학생들에 대한 일종의 투자와도 같다.

당곡고등학교를 사업지로 배정받고, 처음 인연을 맺어 학교 공간을 변화시켜야 할때 의욕은 앞섰으나 꽤나 당혹스러웠다. '내가 알고있고 사용한 공간은 그냥 네모난 닭장인데..' 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쉬이 '모두가 시끄럽게 뒤어노는 마당' '민주적인 수평공간' 을 떠올렸던건 우리 세대가 가지지 못했던 것' 에 대한 반향이기도 했다.

'이런게 있었으면 고교시절이 참 좋았을 텐데..'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억지로나마 만들어 아득바득 사용했던 경험이기도 했다.

우리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주고자,

간단한 공간 변화와 몇가지 가구로 학생들의 '아고라', '창의체험공간' 및 '협업공간' 을 구성해주었다.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으로 느끼고 편안히, 혹은 발길질을 하고 시끄럽게 뛰어놀아도 될 정도로 익숙한 공간이 되길 바랬다.

그리하여 모두가 졸업한 후에도, '당곡고에는 아고라가 좋았지. 거기서 뛰어 놀았어.' '창의체험공간에선 숙제 하다가 친구랑 이야기만 하다 왔었어' 라는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설계 진행 과정에서도 '이게 될까? 아이들이 잘 써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열정적으로 건축가를 지원해주었다. 쫄보인 건축가와 진보적이고 열정적인 선생님 사이가 잘 버무려진,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도서관 개선사업에도 참여하게 되어, 수시로 당곡고에 드나들면서, 창의체험공간에선 아침 독서 수업이 이루어지고, 아고라에선 아침을 못먹고 등교한 학생들이 먹던 빵을 거의 반쯤 흘리면서 웃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우려한 것과는 다르게 가구들은 날아다니는 남학생들의 발길질도 잘 견디어주고 있다. (십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하나 늘어가는 발자국을 보면서, 좀 더 즐겁게,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해주겠구나. 라는 안심을 하게 되었다. 오년후, 십년후에도 인연이 닿는다면 하얗던 아고라의 가구가 까지고, 보수한 흔적이 남는 것을 보고싶다.

자연스럽게 나이먹는 시골 고목처럼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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